어릴 적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을 마주했을 때, 제목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어쩐지 시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제목이었죠.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이 짧은 소설 한 권이 내 마음을 이렇게 오래도록 붙잡아둘 줄 은요.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어도 매번 저를 울게하는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작가에 대하여 – 주제 마우루 드 바스콘셀로스
이 책의 저자는 주제 마우루 드 바스콘셀로스, 브라질 작가입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했던 사람이라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며 겪은 감정과 기억들을 꾹꾹 눌러 담아 글로 풀어낸 사람 같습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진심이 느껴집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쓴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어른이 읽을 때 더 큰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어린 제제, 그리고 내 안의 어린 날
주인공 제제는 다섯 살입니다. 너무 어립니다. 그런데 세상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아이이기도 하죠. 가난한 가정, 무심한 어른들, 손찌검. 아이가 겪기엔 너무 벅찬 현실이지만, 제제는 그 안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그가 유일하게 위로받는 존재는 자신만의 비밀 친구인 라임 오렌지 나무와, 훗날 만나는 따뜻한 어른 포르투가 할아버지입니다. 제제가 이 두 존재와 나누는 대화는 아이답지만 동시에 너무나 깊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마음 한구석에 제제 같은 아이를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죄책감이 되어 남아 있는 그 시절의 기억들 말이에요.
｜눈물 나는 따뜻함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울컥했습니다. 어떤 장면이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제제의 말 한마디가 내 어린 날과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혼자였을까', '왜 나는 그런 말 한마디가 간절했을까'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죠.
그러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감동적인 어린이 소설이 아니라, 마음의 어떤 굳은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책이라는 것을요. 어쩌면 이 책은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필요한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제제의 천진함과 고단함이 말없이 말을 걸어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이 들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에게도 작은 라임 오렌지 나무 한 그루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말없이 곁에 있어주고, 때로는 말동무가 되어주는 그런 존재로요.
